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던 날 아침,아내가 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엄청 큰 공원(요세미티)에 가서 곰도 보고 노루도 보고 마운틴 라이언도 보자.얘네들은 동물원에 있는 애들이 아니라 진짜로 거기서 사는 애들이야.재밌겠지?"

찬물 끼얹기 싫어 가만히 있었지만,속으로는 '아니,저러다 동물도 하나도 보면 애가 실망할텐데..어찌 뒷감당을 하려고 저럴까...'

그런데 이게 왠일? 첫날부터,요세미티에 가자마자,우리 가족은 산길에서 야생 그리즐리 베어와 마주쳤다! 다행히(?) 우리 가족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른 외국인들이 있어서 곰의 공격은 받지 않고 가만히 관찰을 할 수 있었다.(사실 처음부터 곰은 사람을 공격할 의사 따윈 없어보였다.첫날 마주친 갈색 그리즐리 베어 1마리와 검은 색 그리즐리 베어 1마리는 평화롭게 땅속에 있는 뭔가를 꺼내 먹으면서 유유자적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세상에 무슨 이런 공원이 다 있는지....공원 전체에 곰과 노루가 우글거리는 것 같았다.사흘동안 곰과 4번,노루와 4번 마주쳤다.Mirror Lake를 보고 슬슬 걸어나오는데 산길 바로 앞에서 노루 한 마리가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었다.더 놀라운 것은 이 노루는 사람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도 않고 천천히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우리 앞을 유유히 걸어갔다!!

요세미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사람을 하도 자주 봐서인지,사람을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항상 묵묵히 자기네 할 일만 하는 것 같았다. "응 또 우리 집에 쟤네들이 놀러왔구나" 이렇게 생각하듯...

새끼곰과 마주쳤을 때는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아무래도 근처에 무지막지하게 큰 어미곰이 있을 같아서 얼른 돌아서 차로 돌아와야 했다.

한편으론 동물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한편으론 야생의 동물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터전마저 하나둘 인간에게 빼앗기는 것 같아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해발 3000미터 가까운 산길을 차를 몰고 올라다가 보니 낭떠러지 밑 고목들 사이를 짙은 색의 그리즐리 베어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너무나 쉽게 노출돼 있는 그들의 삶이 어느 때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

뜻하지 않게 약속을 지켜서 인지 아내는 의기양양해 있었고,딸 아이는 너무도 신기한지 집에 오는 내내 종알거렸다. "애기 곰이 혼자서 풀을 먹고 있어.아빠곰이 애기 곰한테 먹을 걸 갖다 주러 어딜 갔나봐.아빠 곰이 빨리 와야겠다. 그치?"
  1. 2009/06/02 15:17 답글수정삭제

    동화속 이야기 같아요. ^^ 오랫만에 블로그에 들렀어요.
    요즘은 신문 읽을 여유조차 없어요. 능력없는 저에게 일이 자꾸 와서요.
    도망갈 곳도 없고, 닥치는대로 하고 있습니다. 헉.헉.

    • wonkis 2009/06/03 13:35 수정삭제

      작년쯤 부턴가..너무 많이 바빠지신 것 같아요..점점 더 뵙기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건강 잘 챙기시구요

  2. 레블 2009/06/02 15:44 답글수정삭제

    아 진짜 부럽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저도 동물 진짜 좋아하는데..

    나중에라도 꼭 가봐야 겠어요.

  3. 실리콘벨리(임상범) 2009/06/02 20:32 답글수정삭제

    저도 어렷을적에 동물원을 갔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동물들을 보다보면 사람처럼 생각을 많이 못한다는
    부분을 보면 순진한 것 같지만,그들의 그룹내에서도 질서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사람과 비슷한 점을 발견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사람은 성공을 위한 수많은 경쟁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생존을 위한 먹이사냥등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비슷한 점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일상에서 휴식을 갖고 싶을때에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을 보면 마음도
    깨끗하고 상쾌하게 되어 지는 것 같습니다.

    포스팅과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댓글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 wonkis 2009/06/03 13:38 수정삭제

      하하하 항상 재미난 댓글을...아주 진지하신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동물을 좋아하고,어른이 되서 동물원에 더 많이 가고 있습니다 ㅎㅎ(아이 핑계대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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